[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16. 공동체가 일상인 사람들

PART 16. 공동체가 일상인 사람들 –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 혼자이지만, 늘 연결된 사람들


“내 친구”가 아니라 “우리 친구”

외국인 친구가 내 말투를 듣고 웃었다.
“넌 왜 맨날 ‘우리 집’, ‘우리 엄마’, ‘우리 회사’라고 해? 그게 네 거잖아.”
하지만 한국에선 ‘나의 것’도 ‘우리’라고 부르는 게 자연스럽다.

우리 남편, 우리 선생님, 우리 아파트, 우리 나라.
그게 꼭 공유하지 않아도,
공동체 안에 있다는 느낌이 중요한 문화다.

외국인 친구는 말했다.
“너네는 진짜 ‘함께’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구나.”
맞다.
한국에선 개인도 ‘우리’ 안에서 설명되는 존재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아직은 가까운 거리

예전에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이
먼저 인사하고, 아이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택시 기사님과 목적지 도착 전까지 대화하는 것도 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낯선 사람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분위기가 생겼고,
“말 걸면 피곤하다”는 인식도 세대별로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에서 도움을 청하거나
앱 리뷰 하나에 감동하는 걸 보면
아직도 한국은 ‘정에 약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다.

외국인 친구는 말했다.
“어색하긴 해도, 도와줄 땐 확실히 도와주네.”
정확하다.
말은 줄었지만, 마음은 아직 있다.


회사 문화는 ‘함께’가 당연한 구조

한국 직장은 여전히 단체 중심의 문화가 뿌리 깊다.
점심을 혼자 먹으면 ‘혼밥’이라 부르고,
단체 톡방에 이모티콘으로 회신 안 하면 괜히 눈치 보인다.

회식은 팀워크의 연장이며,
보고서도 혼자보단 팀플이 일반적이다.

외국인 친구는 물었다.
“회사 사람들끼리도 그렇게 가까워야 해?”
“응, 안 친하면 불편해서 일이 안 돼.”

물론 최근엔 자율 출퇴근제, 자유로운 분위기의 기업도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조직에선
‘같이 움직이는 게 기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생일이면 본인이 밥 사는 나라

외국에선 생일이면 축하받고 선물 받는 날인데,
한국에선?
생일인 사람이 밥을 산다.

처음엔 외국인 친구도 당황했다.
“왜 네 생일인데 네가 내 밥까지 사?”
“그래야 다 같이 기분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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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학교, 동호회, 헬스장까지
생일이면 뭐라도 돌리는 게 ‘센스 있는 사람’으로 통한다.
기쁨을 나눌수록 관계가 깊어진다는 공동체 마인드.


‘정(情)’은 여전히 있지만, 방식은 변하고 있다

“정”이란 말은 번역하기 어렵다.
가깝고, 따뜻하고, 묘하게 책임감도 느껴지는 관계.
도움은 주되 계산하지 않는 마음.

한국에선
택배를 대신 받아주는 이웃,
이사 갈 때 물 한 병 놓고 가는 사람,
가끔 밥 사주는 사장님이
그 정을 표현한다.

다만 요즘은 달라진 점도 있다.
관계에 지치지 않으려는 세대들이 늘고,
정 때문에 생기는 불편을 피하려는 경향도 강해졌다.

“정 들까봐 피곤하다”, “선은 지켜야 한다”는 말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이제 한국은
정이 넘치는 사회이면서도,
필요한 거리 두기를 배워가는 중인 나라
다.


한국은 여전히
‘우리’라는 단어로 살아가는 공동체 중심의 사회다.
말을 아끼면서도 마음은 나누고,
정은 줄지만 없어지진 않았다.

외국인 친구는 말했다.
“너희는 조용한 방식으로 따뜻하구나.”
그래서 내가 말했다.
“우린 같이 있고 싶지만, 너무 가까운 건 또 피곤하거든.”

PART 16. 공동체가 일상인 사람들 -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서문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1. 밤에도 안 무서운 나라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2. 내가 사는 디지털 왕국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3. 지하철, 여기가 진짜 문명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4. 배달이 지배하는 나라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5. 편의점은 문화센터다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6. 예절과 질서가 생활화된 나라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7. 공공 인프라, 이건 인정해야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8. 외국인에게 열린 나라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9. 한국만의 사회 문화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10. 집 안 풍경의 디테일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11. 공부가 인생인 나라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12. 디지털 행정, 부럽다고 하더라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13. 거리의 깔끔함, 그 비결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14. 속도가 곧 삶이다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15. 건강 관리도 일상화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16. 공동체가 일상인 사람들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17. K-콘텐츠는 현실이다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18. 외국엔 없는 주거 문화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19. 전통과 현대가 공존한다
[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PART 20. 작지만 놀라운 생활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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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놀란 한국 101가지]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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