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블랙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 별의 진화와 중력 붕괴에 대해 알아봅니다. 블랙홀은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이 맞이하는 최후의 모습으로, 별의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중력 붕괴 현상을 통해 탄생합니다. 이 글에서는 한 별의 장엄한 죽음이 어떻게 시공간의 특이점인 블랙홀을 만들어내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블랙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 별의 진화와 중력 붕괴
별의 일생: 거대한 힘의 균형
블랙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재료가 되는 ‘별’의 삶을 알아야 합니다.
- 별은 기본적으로 거대한 가스 덩어리입니다. 이 안에서는 평생에 걸쳐 두 가지 거대한 힘이 팽팽하게 맞서 싸웁니다.
- 핵융합 에너지 (바깥으로 밀어내는 힘): 별의 중심부는 엄청난 온도와 압력으로 수소 원자들이 헬륨으로 합쳐지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발생하며, 이 에너지가 별을 바깥쪽으로 밀어내 팽창시키려 합니다. 우리가 보는 태양 빛과 열이 바로 이 에너지입니다.
- 중력 (안으로 찌그러뜨리는 힘): 별 자체의 거대한 질량이 만들어내는 힘입니다. 모든 물질을 별의 중심으로 끌어당겨 안쪽으로 붕괴시키려 합니다.
- 별은 일생의 90% 이상을 이 두 힘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 ‘주계열성’ 단계에서 안정적으로 보냅니다. 바깥으로 미는 힘과 안으로 당기는 힘이 같아 크기를 유지하는 상태입니다.
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 태어날 때의 질량
모든 별이 블랙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별의 마지막 운명은 태어날 때의 ‘질량’이라는 단 하나의 조건에 의해 결정됩니다.
- 태양처럼 상대적으로 가벼운 별의 마지막
- 중심부의 수소 연료를 다 쓰면 핵융합이 약해지고 중력이 우세해져 수축합니다.
- 이 수축으로 인해 중심부 온도가 다시 올라가면, 바깥층은 크게 팽창하여 ‘적색거성’이 됩니다.
- 결국 바깥층은 우주로 흩어져 ‘행성상 성운’이 되고, 중심에는 뜨겁고 단단한 핵인 ‘백색왜성’만 남게 됩니다. 블랙홀이 되기에는 질량이 한참 부족합니다.
- 태양보다 8~10배 이상 무거운 별의 마지막
- 이들이 바로 블랙홀이 될 수 있는 후보들입니다.
- 질량이 워낙 크기 때문에, 가벼운 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고 극적인 최후를 맞이합니다.
무거운 별의 화려하고 짧은 생애
질량이 큰 별은 모든 것이 더 빠르고, 더 뜨겁고, 더 강렬합니다.
- 질량이 크다는 것은 중력이 더 강하다는 뜻입니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중심부에서 훨씬 맹렬하게 핵융합을 일으킵니다.
- 이 때문에 연료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소모하여, 수명은 수천만 년 정도로 태양(약 100억 년)에 비해 매우 짧습니다.
- 중심부에서는 수소가 헬륨으로, 헬륨이 탄소로, 이어서 산소, 네온, 규소 등 계속해서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드는 핵융합 반응이 양파 껍질처럼 층층이 일어납니다.
- 최종적으로 중심부에서 ‘철(Iron)’이 만들어지면, 별의 핵융합 엔진은 멈추게 됩니다.
- 왜 하필 철일까요?: 철보다 가벼운 원소들은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방출하지만, 철은 핵융합을 해도 더 이상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별의 심장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던 용광로가 꺼져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중력 붕괴와 초신성 폭발
별의 심장이 멎는 순간,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 철로 이루어진 핵이 더 이상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면, 수십억 년간 중력과 맞서 싸우던 ‘바깥으로 밀어내는 힘’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집니다.
- 이제 별의 운명은 오직 중력의 손에 달리게 됩니다. 어마어마한 질량을 가진 별의 모든 물질이 중력에 이끌려 중심을 향해 빛의 속도에 가깝게 무너져 내립니다. 이것이 바로 ‘중력 붕괴’입니다.
- 중심의 밀도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지면, 더 이상 압축될 수 없는 핵에 붕괴하던 물질들이 세게 부딪히며 튕겨 나옵니다.
- 이 엄청난 반동과 충격파가 별의 외부층 전체를 우주 공간으로 날려버리는데, 이것이 인류가 관측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폭발 현상 중 하나인 ‘초신성(Supernova)’입니다.
그리고, 블랙홀의 탄생
초신성 폭발이라는 화려한 마지막 불꽃이 꺼진 뒤, 별의 중심부에는 운명의 갈림길에 선 압축된 핵이 남습니다.
- 이 남겨진 핵의 질량에 따라 마지막 모습이 결정됩니다.
- 남은 핵이 태양 질량의 약 1.4배 ~ 3배 사이일 경우: 물질이 극단적으로 압축되어 양성자와 전자가 합쳐진 ‘중성자별(Neutron Star)’이라는 초고밀도 천체가 됩니다.
- 남은 핵이 태양 질량의 약 3배 이상일 경우: 이때는 중성자마저도 뭉개버리는 중력의 힘을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습니다.
- 중력 붕괴가 끝없이 계속되어 모든 질량이 부피가 없는 하나의 점, 즉 ‘특이점(Singularity)’으로 무한히 수축합니다.
- 이 특이점의 압도적인 중력은 주변의 시공간까지 극단적으로 휘게 만들어,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는 강력한 중력의 감옥을 형성합니다.
- 비로소 우주의 가장 신비로운 천체, ‘블랙홀(Black Hole)’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블랙홀의 구조 | 그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블랙홀이 탄생하고 나면, 그 내부는 의외로 단순한 구조로 설명됩니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른 것으로, 두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됩니다.
특이점 (Singularity)
- 블랙홀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점입니다.
- 중력 붕괴를 일으켰던 모든 물질이 압축되어 부피는 ‘0’이지만, 밀도와 중력은 ‘무한대’가 되는 지점입니다.
-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물리 법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미지의 영역으로, 시공간의 곡률이 무한대로 휘어진 곳입니다.
사건의 지평선 (Event Horizon)
- 특이점을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경계면입니다. 흔히 ‘돌아올 수 없는 강’에 비유됩니다.
- 사건의 지평선은 물리적인 막이 아니라, 중력이 너무나도 강력해져 빛조차 탈출할 수 없게 되는 특정 거리의 경계를 의미합니다. 여기를 통과하는 빛은 안쪽으로 끌려 들어갈 뿐, 밖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
- 이 경계를 넘어가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어떤 ‘사건’도 외부에서는 관측할 수 없기 때문에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 블랙홀의 질량이 클수록 사건의 지평선 크기(슈바르츠실트 반지름)도 커집니다.
블랙홀의 종류 | 크기로 보는 다양성
블랙홀은 앞서 설명한 별의 최후로만 만들어지지 않으며, 그 질량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됩니다.
항성 질량 블랙홀 (Stellar-Mass Black Hole)
- 이 글의 주제처럼, 태양보다 수십 배 무거운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후 그 중심핵이 붕괴하여 만들어지는 블랙홀입니다.
-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유형의 블랙홀입니다.
- 질량은 보통 태양의 3배에서 수십 배에 이릅니다.
초거대 질량 블랙홀 (Supermassive Black Hole)
- 우리 은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은하 중심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거대한 블랙홀입니다.
- 질량이 태양의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달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를 자랑합니다. 우리 은하 중심의 ‘궁수자리 A*’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 어떻게 이런 거대한 블랙홀이 형성되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초기 우주에 만들어진 거대한 씨앗이 성장했다거나, 수많은 항성 질량 블랙홀과 가스 구름이 합쳐져 만들어졌다는 등 다양한 가설이 존재합니다.
중간 질량 블랙홀 (Intermediate-Mass Black Hole)
- 항성 질량 블랙홀과 초거대 질량 블랙홀 사이의 질량(태양의 수백~수십만 배)을 가진 블랙홀입니다.
- 오랫동안 천문학계의 ‘잃어버린 고리’로 여겨졌으나, 최근 관측 기술의 발달로 유력한 후보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 빽빽하게 모여 있는 별들의 집단인 구상성단 중심부에서 다수의 항성 질량 블랙홀이 합쳐져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블랙홀을 찾는 방법 | 보이지 않는 증거들
블랙홀은 빛조차 흡수하므로 직접 망원경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을 통해 그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합니다.
주변 별들의 궤도 관측
- 보이지 않는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주변의 별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공전하는 현상을 포착합니다.
-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무거운 파트너와 춤을 추는 것처럼, 별들의 움직임을 계산하면 그 중심에 있는 천체의 질량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질량이 매우 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강력한 블랙홀 후보가 됩니다.
강착 원반에서 나오는 X선
-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에 이끌린 주변의 가스나 물질들이 블랙홀로 바로 떨어지지 않고, 그 주위를 맴돌며 거대한 원반을 형성하는데 이를 ‘강착 원반(Accretion Disk)’이라고 합니다.
- 이 원반의 물질들은 서로 마찰하며 엄청나게 높은 온도로 가열되어, 맨눈에는 보이지 않는 강력한 X선을 방출합니다. 천문학자들은 이 특별한 X선을 검출하여 블랙홀의 위치를 찾아냅니다.
중력 렌즈 효과
- 블랙홀처럼 극단적으로 무거운 천체는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만듭니다.
- 이때 블랙홀 뒤편에 있는 별이나 은하에서 오는 빛이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오면서 경로가 굴절되어, 마치 렌즈를 통과한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 이러한 ‘중력 렌즈’ 현상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이자 블랙홀의 존재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블랙홀에 빠진다면 | 궁극의 우주 여행
블랙홀 주변의 시공간 왜곡은 상상을 초월하는 기이한 현상들을 만들어냅니다. 만약 우주 비행사가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면, 당사자가 겪는 일과 멀리서 지켜보는 관찰자가 보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발생합니다.
외부 관찰자의 시점: 영원한 정지
- 멀리서 안전한 곳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다고 가정해 봅시다.
- 우주 비행사가 사건의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시간은 점점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른 ‘시간 팽창’ 현상입니다.)
- 비행사가 내보내는 빛은 점점 더 파장이 길어져 붉게 변하는 ‘중력 적색편이’ 현상을 겪습니다.
- 결국 사건의 지평선에 도달하는 바로 그 순간, 관찰자의 눈에는 비행사의 모습이 영원히 멈춘 채로 얼어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점차 희미해져 사라질 것입니다. 관찰자는 비행사가 지평선을 넘어가는 순간을 결코 볼 수 없습니다.
당사자의 시점: 스파게티화 현상
- 하지만, 블랙홀로 떨어지고 있는 우주 비행사 자신은 어떤 시간의 이상도 느끼지 못하고 자유낙하를 계속합니다.
- 문제는 ‘조석력(Tidal Force)’입니다. 블랙홀의 중력은 거리에 따라 급격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비행사의 신체 중 블랙홀에 더 가까운 쪽(예: 발)이 더 먼 쪽(예: 머리)보다 훨씬 강한 중력을 받게 됩니다.
- 이 중력의 차이로 인해 몸이 국수 가락처럼 길게 늘어나는 끔찍한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스파게티화(Spaghettification)’라고 부릅니다.
- 항성 질량 블랙홀처럼 크기가 작은 블랙홀은 조석력이 매우 강해 사건의 지평선에 도달하기 훨씬 전부터 스파게티화가 일어나지만, 초거대 질량 블랙홀은 사건의 지평선 부근의 중력 기울기가 비교적 완만하여 스파게티화 현상을 겪기 전에 무사히(?) 지평선을 통과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이후의 운명은 마찬가지입니다.
블랙홀도 죽을까 | 호킹 복사와 증발
블랙홀은 영원히 존재하며 모든 것을 삼키기만 하는 천체일까요? 스티븐 호킹 박사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양자역학을 블랙홀에 적용하여 블랙홀도 에너지를 잃고 결국에는 ‘증발’하여 사라질 수 있다는 혁명적인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호킹 복사 (Hawking Radiation)
- 양자역학에 따르면, 텅 빈 우주 공간에서도 아주 짧은 순간 동안 입자와 반입자가 끊임없이 쌍으로 생겨났다가 다시 합쳐져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이를 ‘가상 입자 쌍’이라고 합니다.
- 그런데 이 현상이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바로 근처에서 일어날 경우, 두 입자 중 하나는 블랙홀 안으로 떨어지고 다른 하나는 바깥으로 탈출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외부로 탈출한 입자는 마치 블랙홀이 입자를 방출하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호킹 복사’입니다.
-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입자가 에너지를 가지고 탈출했으므로 블랙홀은 그만큼의 에너지를 잃어야 합니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 E=mc²에 따라 에너지 손실은 곧 질량의 손실을 의미합니다.
- 따라서 블랙홀은 아주 아주 미세하게나마 질량을 잃고 서서히 증발하게 됩니다. 질량이 작을수록 증발 속도는 더 빨라집니다. 하지만 항성 질량 블랙홀 하나가 증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우주의 나이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깁니다.
인류 최초의 블랙홀 사진 | EHT 프로젝트
오랫동안 이론과 간접적인 증거로만 존재했던 블랙홀은 2019년, 드디어 인류에게 그 실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는 전 세계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하여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든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EHT)’ 프로젝트 덕분이었습니다.
- 첫 번째 주인공, M87 블랙홀: 인류가 목격한 첫 번째 블랙홀의 모습은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에 있는 거대 은하 M87의 중심부에 위치한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었습니다. 그 질량은 태양의 65억 배에 달합니다.
- 보이는 것은 그림자: 사진에서 밝게 빛나는 고리는 블랙홀 자체가 아니라, 사건의 지평선 바로 바깥에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회전하는 뜨거운 가스(강착 원반)의 빛입니다. 가운데 있는 어두운 원형의 영역이 바로 빛조차 탈출하지 못하는 블랙홀의 ‘그림자(Shadow)’입니다.
- 이후 우리 은하 블랙홀 관측 성공: EHT 팀은 2022년에 우리 은하 중심의 초거대 질량 블랙홀인 ‘궁수자리 A(Sagittarius A)’의 사진을 촬영하는 데도 성공하며 블랙홀 연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블랙홀에 대한 오해와 진실
블랙홀은 그 이름과 신비로운 특성 때문에 몇 가지 흔한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오해 1: 블랙홀은 우주의 진공청소기다
- 진실: 블랙홀이 주변의 모든 것을 무차별적으로 빨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블랙홀의 중력이 작용하는 방식은 같은 질량을 가진 일반 별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 예시: 만약 우리 태양이 갑자기 같은 질량의 블랙홀로 바뀐다고 해도, 지구와 다른 행성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지금의 궤도를 그대로 공전할 것입니다. 블랙홀의 강력한 힘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오직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불리는 아주 가까운 영역에 들어갔을 때뿐입니다.
오해 2: 우리 태양도 언젠가 블랙홀이 될 것이다
- 진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블랙홀이 되기 위해서는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후에도 중심부에 태양 질량의 최소 3배 이상 되는 핵을 남길 수 있을 만큼 무거워야 합니다.
- 태양의 운명: 우리 태양은 그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별입니다. 태양은 수십억 년 뒤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른 뒤, 바깥층을 행성상 성운으로 날려 보내고 중심에는 지구 크기만 한 ‘백색왜성’이라는 조밀한 핵을 남기며 조용히 일생을 마감할 것입니다.
블랙홀과 은하의 공생 | 은하의 성장 엔진
블랙홀은 단순히 별의 잔해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속한 은하 전체의 진화에 깊숙이 관여하는 중요한 천체입니다. 특히 은하 중심의 초거대 질량 블랙홀은 은하의 운명을 좌우하는 지배자와도 같습니다.
은하 중심의 지배자
- 오늘날 대부분의 거대 은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달하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 천문학자들은 은하의 중심부(팽대부) 질량이 클수록 그 안의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질량도 커지는 강력한 상관관계를 발견했습니다.
- 이는 블랙홀이 단순히 은하의 한가운데 우연히 자리 잡은 것이 아니라, 은하가 형성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퀘이사와 은하풍 | 별의 탄생을 조절하다
-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주변의 가스와 물질을 폭발적으로 빨아들일 때, 그 강착 원반은 은하 전체보다도 밝게 빛나는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이러한 천체를 ‘퀘이사(Quasar)’라고 부릅니다.
- 퀘이사가 방출하는 이 막대한 에너지는 ‘은하풍(Galactic Wind)’이라는 거대한 가스의 흐름을 만들어내, 은하 전체에 있는 가스를 바깥으로 밀어내 버립니다.
- 별의 재료가 되는 가스가 사라지면, 그 은하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별이 태어날 수 없게 됩니다. 즉, 초거대 질량 블랙홀은 너무 과도하게 활동하면 스스로 별의 탄생을 억제함으로써 은하의 성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블랙홀의 이면 | 웜홀과 화이트홀
블랙홀의 극단적인 물리적 특성은 종종 공상 과학 소설의 단골 소재인 웜홀과 화이트홀의 개념으로 이어집니다. 이들은 아직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가설 속의 천체입니다.
웜홀(Wormhole)의 가능성
- ‘아인슈타인-로젠 다리’라고도 불리며, 서로 다른 두 시공간을 연결하는 가상의 통로를 의미합니다. 이론적으로 웜홀을 통과하면 우주의 아주 먼 곳이나 다른 차원으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습니다.
- 블랙홀의 수학적 해법에서 유도될 수 있는 개념이지만, 웜홀이 안정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음의 질량’이나 ‘음의 에너지’를 가진 미지의 물질, 즉 ‘특이 물질(Exotic Matter)’이 필요합니다.
- 현재까지 이런 특이 물질은 발견된 적이 없으며, 설령 웜홀이 생성되더라도 극도로 불안정하여 어떤 것도 통과하기 전에 즉시 붕괴할 것으로 예측되어 현실적인 존재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화이트홀(White Hole)은 존재할까?
- 화이트홀은 일반 상대성 이론의 방정식에서 수학적으로 존재하는 해(解)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블랙홀과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천체입니다.
- 이론적으로 화이트홀은 블랙홀과 달리 물질과 에너지를 오직 밖으로 내뱉기만 할 뿐, 어떤 것도 그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 하지만 화이트홀이 형성될 수 있는 자연적인 과정이 알려져 있지 않고, 현재까지 어떠한 관측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화이트홀이 우리 우주에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겨진 수수께끼 | 정보 역설 문제
블랙홀은 현대 물리학의 두 기둥인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해야만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리고 두 이론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블랙홀 정보 역설’이라는 심오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보는 사라질 수 없다
-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 중 하나는 ‘정보는 절대 파괴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떤 물체가 가진 고유한 정보(질량, 전하, 스핀 등)는 다른 형태로 변환될 수는 있어도,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아야 합니다.
- 예시: 책을 불태우면 책의 형태는 사라지지만, 그 타고 남은 재와 연기, 열에너지 등을 완벽하게 분석할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원래 책의 정보를 복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호킹 복사와의 충돌
- 스티븐 호킹이 예측한 호킹 복사는 블랙홀이 서서히 증발하며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입니다.
- 문제는, 호킹 복사는 순수한 열에너지의 형태로 무작위적인 입자들을 방출하기 때문에, 블랙홀이 삼켰던 원래 물질의 정보를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 그렇다면 블랙홀이 완전히 증발하여 사라진 후, 그 안에 들어갔던 모든 별과 행성의 정보는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일반 상대성 이론은 정보가 특이점 안에서 파괴된다고 말하지만, 양자역학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이 모순이 바로 정보 역설이며,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입니다.
새로운 관측의 창 | 중력파 천문학
인류는 블랙홀을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이제 그들의 소리를 ‘듣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는 2015년에 최초로 검출된 중력파 덕분입니다.
시공간의 출렁임, 중력파
-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에 예측한 중력파는 질량이 매우 큰 천체가 가속 운동할 때 주변의 시공간에 만들어내는 미세한 물결 또는 파동입니다.
- 두 개의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서로를 공전하며 충돌하고 합쳐지는 것과 같은 격렬한 우주 현상은 강력한 중력파를 발생시킵니다.
- 이 시공간의 출렁임은 빛의 속도로 우주 전체로 퍼져나가며, 지구에 도달했을 때 원자핵 하나보다도 작은 수준의 미세한 공간 변화를 일으킵니다.
블랙홀 충돌의 소리
- 지상에 건설된 거대한 중력파 검출기인 ‘라이고(LIGO)’와 ‘비르고(Virgo)’는 이 미세한 시공간의 떨림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 2015년 9월 14일, 라이고는 태양 질량의 약 29배, 36배인 두 개의 항성 질량 블랙홀이 충돌하여 하나의 더 큰 블랙홀로 합쳐지는 순간 발생한 중력파를 인류 역사상 최초로 검출했습니다.
- 중력파 천문학은 빛으로는 볼 수 없었던 블랙홀의 병합과 같은 현상을 직접 관측할 수 있게 함으로써, 블랙홀의 질량, 자전, 그리고 그들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연구하는 완전히 새로운 창을 열어주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블랙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 별의 진화와 중력 붕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